본문 바로가기
  • 호기심 가득한 선생님
호기심 가득한 책 읽기

조작된 당신의 '주의':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책 추천]

by 호기심 가득한 선생님 2023. 2. 25.

 무엇인가에 '주의(Attention)'를 집중한다는 것은 당신의 의지가 담긴 일인가요? 확실한가요? 인스타, 유튜브, 구글의 영향 없이 정말 당신의 의지가 담긴 주의 집중인가요? 당신의 주의(Attention)는 고도화된 기술들에 의해 조작당하고 있습니다. 인지하지도 못한 채 말이죠.

 

나의-빛을-가리지-말라-표지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by 제임스 윌리엄스

 

조작된 당신의 '주의':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정보의 풍요로움, 주의의 희귀함

 "내가 의도하는 바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테트리스 게임을 떠올려보자. 이 게임의 목적은 위에서 떨어지는 다양한 모양의 블록을 회전하고 쌓아 없애버리는 것이다. 게임을 할수록 블록이 떨어지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화면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블록의 전체 개수는 무한하다. 우리가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을 무한정 즐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풍요와 무한이 아니다. 이 게임의 도전 과제이자 우리가 이 게임에서 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은 점점 빨라지는 블록이 떨어지는 속도다. 정보가 아무리 많더라도 그것이 다가오는 속도가 극단적으로 빠르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는 현재 엄청난 정보 속에 파묻혀 살고 있습니다. '파묻혀' 살고 있다고 표현해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에는 정보를 많이 얻는 자가 어느 분야에서든지 유리한 위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정보는 너무나도 넘쳐나서 어떤 정보를 골라 얻어야 하는지 알 수도 없는 시기에 와있습니다.

 

 정보가 흘러넘치기 시작하니까 정작 우리는 어디에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보와 주의가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전에는 정보가 많지 않아서 어디에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저 정보가 흘러들어오는 대로 두면 됐죠. 그런데 지금은 흘러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너무나도 많으니 우리는 정보를 골라내야 합니다. 우리의 주의를 이용해서 말이죠.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정보의 양과 속도는 우리의 주의가 숙고할 수 있는 시간조차 허락하지를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테트리스처럼 말이죠.

 

 우리의 주의는 기술의 소리 없는 침입에 한 없이 취약합니다. 핸드폰에 매일 울리는 메일 알림, 게임 푸시 알림, 포털 사이트 상단에 위치한 뉴스 등 이것을 누르는 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도 전에 누른 후 콘텐츠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과연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일까요? 그저 인스타, 유튜브, 구글의 영향으로 인해 빼앗겨 버린 우리의 조작된 주의가 아닐까요? 우리는 이것을 원한다고 생각하도록 안내된 것일 뿐이지 정말로 우리가 그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철학 책을 읽고 쓰는 글이다 보니 굉장히 말이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 같네요. 하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해서 제대로 정의할 수 있는 용어나 개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받고, 이런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고 관찰하여 본질을 바라보기가 어려워집니다.

 

주의(Attention), 예외가 아닌 규칙이 되어버린 광고

 "과거 매체에서 광고는 정보 전달이라는 규칙에 대한 예외에 불과했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에서 광고는 일부 핵심 경계를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광고는 예외가 아닌 규칙이 되었다. 예전 매체에서 광고가 지배적인 설계 목적을 '지원'했다면, 디지털 미디어에서 광고는 그 목적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티브 광고나 간접 광고가 등장하면서, 광고와 비광고 사이 경계가 단지 흐려진 데서 그치지 않고 모든 것이 광고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처음에 유튜브 영상 시청하기 위해 영상을 클릭하면 나오는 5초 후 넘길 수 있는 광고를 보는 것만 해도 우리는 지겨워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광고가 15초 후에 끝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2개씩 나옵니다. 그래도 우리는 영상을 보기 위해 기다리죠. 전에는 그것이 많이 불편하고 짜증이 났지만 지금은 그냥 귀찮은 정도의 감정으로 치부하고 견뎌냅니다. 익숙해져 버린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유튜브를 보면서 광고가 나오는 현상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전에는 '나는 내가 원하는 영상만 보고 싶은데, 광고가 나와서 귀찮게 하네.'라는 생각 하면서 광고는 내가 원하는 영상을 보기 전에 등장하는 불청객, 즉 예외 사항에 해당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광고가 나온다고 해서 이상하게 느끼지를 않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유튜브 광고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자주 나오는 광고의 대사와 행동들을 외우고 다니는 학생들까지 있습니다. 광고가 예외가 아닌 규칙이 되어버린 겁니다.

 

 또한 이게 광고인지 광고가 아닌지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처음부터 광고를 포함하는 콘텐츠들을 제작하다 보니 이게 처음에는 광고인지 모르고 시청하다가 나중에 광고임을 깨닫는 순간들이 옵니다. 그리고 콘텐츠들 사이에 광고가 아닌 것처럼 숨어 있는 광고들도 있죠. 우리는 이것이 광고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에도 우리의 주의를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영상에 집중해야 하는 주의라는 자원을 광고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곳에 일부분 사용해야 되는 겁니다.

 

 정확히 플랫폼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입니다. 광고를 광고가 아니게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다시 광고를 재소비하고, 재생산까지 하는 우리의 모습들 말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물리적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아닙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플랫폼 기업들에게 지불하는 비용 없이 콘텐츠들을 소비하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광고를 만들고, 우리는 우리의 주의(Attention)를 지불합니다. 다른 것들에 소비할 수 있는 우리의 주의를 광고에 소비하게 만들죠.

 

기술은 우리의 주의를 잘못 인도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세운 모든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해야 할 책임이 있고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마음 깊이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하지 않은 어른스러운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러나 우리의 무의식적인 마음이 의식적인 마음을 압도하면서 45분 뒤 세계 경제 붕괴에 관한 기사를 읽고, 자동으로 실행되는, 잠을 자면서 달리는 개가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본다. 우리를 알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놀라운 비율의 사람들이 삶에서 성취한 것을 엿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너무나도 익숙한 상황이죠? '아 이제 일해야지. 얼른 마감하고 다른 일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집중력은 그리 길게 유지되지 못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온갖 알림들과 우리의 주의를 소비하게 만들려고 하는 전 세계의 플랫폼 기업들에 의해서 우리의 주의는 필요한 곳, 계획했던 곳 말고 다른 곳에 소비됩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들이 우리의 감정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다른 책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적이 있는 실험인데요. 페이스북과 코넬대학 연구원들이 수행한 감정 전염 실험입니다. A 그룹에게는 부정적인 말들이 적게 포함되어 있는 글들이 주로 노출되게 했고, B 그룹에게는 긍정적인 말들이 적게 포함된 글들이 주로 노출되게 했습니다. 그 결과, A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 부정적인 말들이 적게 포함되면서 긍정적인 톤의 글들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B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긍정적인 말들이 적게 포함되면서 부정적인 톤의 글들을 많이 작성했습니다. 이 실험은 여러 가지 윤리적인 문제들이 많아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지만, 우리에게 하나는 확실하게 알려줬죠. 기술은 우리의 감정까지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글 처음에 물었던 질문을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원하는 곳에 주의를 집중하고 계신가요? 정말 그런가요? 여러분의 오늘 또는 어제를 되돌아봅시다. 여러분의 주의는 정말 필요로 하는 곳 그리고 계획했던 곳에 사용되었나요? 아니,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했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 계획했다고 생각하는 곳은 여러분의 의지가 맞나요?

 

글을 마치며

 우리는 정보가 많다 못해 범람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가 희소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의가 희소성을 갖는 세상에 살고 있죠. 이제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는 자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자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세상입니다. 여러분의 주의는 어디에 집중되어 있나요?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를 읽어보시면 더 많은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실 겁니다.

 

<출처: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by 제임스 윌리엄스>

댓글